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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.01▶

1990. 10. 05.

이 몸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.

자동 인형처럼 키보드 위를 달리는 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.

손끝에 가닿는 매끈한 자판의 표면이, 코드로 이뤄진 시뮬레이션 같다는 감각.

어느 순간 모든 표면이 미끄러지고, 모든 마찰이 흩어져 버릴 것 같다는 생각.

나는 이미 몸을 잃어버린 누군가의 의식일까?

내 몸과 내 모든 감각과 행동은 정말 나의 것일까?

그들은 특정한 움직임을 유도해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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